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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컴퍼니 맨 Company Men, (2010) (Spoiler)


* 주의 : 본 게시글은 영화 컴퍼니맨의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강력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



- PROLOGUE -


어제와 다를 것 없던 오늘, 어느날 갑자기 회사가 나를 버렸다.


선박 운송 파트의 영업 부장으로 승승장구하던 바비, 한 직장에 30년간  충성을 바쳐 온 필(크리스 쿠퍼), 대주주이자 창립 멤버로 부사장을 역임했던 진(토미 리 존스)은 회사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충격에 휩싸인다. 경영학 석사 출신의 바비는 자신만만하게 여유를 부리며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연거푸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차가운 현실을 절감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목수 일을 시작한다. 
 대학생 자녀를 둘이나 둔 필은 재취업을 위해, 자존심을 접고 인맥을 총동원해 보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그에게 사회는 차갑게 등을 돌린다. 바비나 필과는 달리 보유한 주식만으로 여유롭게 살고자 했던 진. 그러나 그에게도 남은 인생을 바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각자의 방식대로 실업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세 남자, 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바비(벤 에플렉)는 대형물류운송업체인 GTX의 동부 영업부장으로서 차기 부사장으로의 승진이 기대되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큰 실패의 경험 없이 승승장구하는 그에겐 커다란 집과 잘 빠진 포르쉐,  아무런 걱정 없는 단란한 가족과 멋진 골프채 풀셋이 함께 합니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삶이죠. 아무런 문제 없어보이는 그의 삶에 어느날 갑자기 파란이 찾아옵니다.



다른 누군가가 죽은 일보다 더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로 지명된것이죠.

회사의 업무가 정리통합되고 바비가 부장으로 일하던 부서가 통째로 사라지며 바비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됩니다.



집으로 돌아와 해고사실을 고백하는 바비(B)와 아내 매기(M).

"그들이 날 해고했어."

"...뭐라고?"

"나, 회사에서, 잘렸다고. 오늘."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당하긴 했지만, 바비는 재취업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감에 차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그에 준하거나 최소한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을 다시 얻을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사실 바비는 목수(중산층)인 그의 처형이 보기엔 꽤나 밥맛 없는 작자입니다.

누이가 원해서 매제로 맞이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을 쉬이 낮추어 깔보거나,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으며 얼굴을 비추지 않으니 곱게 보이지 않을 수 밖에요.



싸가지없는 매제(B)와 까칠한 처형(J)의 신경전 ㅋㅋ

"이게 누구야, 회사를 소송걸겠다던 매제 아닌가?"

"네."

"고액연봉자의 해외출장이 또 있었던거야?"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이번주에도 일합니다."

"어쨌든 파티에서 보게되니 기쁘구만. 오늘은 오전출장이나 골프게임이 없었나보지? 평상시에 둘러대던 변명 아닌가."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갈급한 타 구직자들에 비교해 우월감에 찬 바비는 전 회사에서 제공한 구직프로그램에도 심드렁하고,

어쩌다 잡힌 경력직 면접에서는 본인이 기대한 보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건방지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까칠했던 매형이 매제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배려한 일자리 제안에도 단순노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립니다.




또한 아내 매기가 다방면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하며

바비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려 동분서주하는 한가운데에도 골프클럽 회원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포르쉐에 돈을 쏟는 등,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안타깝고 조마조마했던 장면.-_-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고백하는 바비(B)를 변함없는 애정으로 설득하는 매기(M).

"당신, 직장을 구해야 돼! 아무 직장이라도.. 바비, 나 혼자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어."

"알아. 더 이상 골프 안 칠거야. 2주 후부턴 가족도 더 이상 부양 못하는걸."

"다시 다 좋아질거야!"

"다시는 좋아질 수 없어. 난 새로 취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3개월 동안 매일 노력했는데도 오라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어."

"아는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가서 일자릴 달라고 구걸했어. 정말 간절하게, 아무 일이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구걸했다고.."

"대출도 없고, 아이도 없고, 일주일에 90시간을 아무 댓가 없이 일할 수 있는 몇천명의 젋은 경영학 석사들이 있어."

"매기, 진실을 말해줄까? 난 37살이나 먹고 가족도 부양 못하는 실패한 실직자야."

"결국 직장을 구하게 될거야. 당신같은 사람을 구한게 얼마나 행운인지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거야."

"..언제부터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기 시작했지?"

"꼬이다니, 당신에겐 아이들과, 당신 부모님 그리고 내가 있어!"

"그래, 내가 있잖아!"


감동 ㅜㅜ



자신의 밑바닥을 내보이며 나눈 진솔한 대화 끝에 바비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금 적극적으로 삶에 임합니다.

아내가 집을 팔아야할까 고민하는 와중에도 때빼고 광내고 다녔던 포르쉐도 팔고

자존심을 모두 버린 채 자신이 업신여겼던 처형에게 가서 일자리를 청합니다.


물론 양복입고 서류에 볼펜만 굴리던 바비에게 힘든 목공일이 손쉬울리 없습니다.



어딜 초짜가 번쩍거리는 공구벨트 차고 공구를 만질 생각을..

인생 실전이야 짜샤.



공사판 막노동자의 흔한 하루와 그간 노동자를 우습게 여겼던 매제를 놀리는 얄미운 처형.ㅋㅋ



그리고 고된 노동을 끝마치고 퇴근해 지저분한 옷을 벗어둘 기력도 없이 침대에 널부러진 바비.ㅋㅋ

가족을 위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지만, 역시 자신을 비꼬는 처형이 바비는 얄밉기만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또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인정을 받는 과정과,

겉은 까칠해도 속은 자신을 신경써주고 챙겨주려는 처형의 속마음을 느끼며 정을 붙여갑니다. 츤츤




재취업 프로그램에서 친해진 유쾌한 흑형도 처형에게 추천해서 일꾼으로 데려옴.

이 친구는 바비보다 적응이 빠르군요. 음악을 틀어놓으니 노래하면서 일해도 되냐고..ㅋㅋ



그러던 중 함께 정리해고당한 고령의 직장상사가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차량 배기가스를 이용해 자살을 합니다.

함께 해고당한 부사장인 진(토미 리 존스)와 함께 GTX가 처음 걸음마를 내딛었던 조선소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갖구요.


갑작스럽게 변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 먼저 떠나버린 상사의 장례식에서 많은 것을 느낀 바비는

자신의 방황으로 온 가족이 힘들었던 시기에 자신을 지탱해 준 매기에게 비로소 사죄와 감사를 전합니다.



"여보, 미안해."

"뭘?"

"전부다. 난 널 실망시켰어.."

"난 실망한거 없는데.ㅎㅎ"

"아니야. 내가 널 실망시켰어."

"..당신은 이런 어려움에 처해본 적이 없잖아. 이제야 한번 겪어보는거지 뭐."



또 그간 일에 쫓겨 소홀했던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시간을 보내는 등, 해고당하기 전 가질 수 없었던 것을 누리며 

성공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삶에선 맛보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을 알아갑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새로이 회사를 설립한 진이 일자리를 제안합니다. 부서장 직급으로요.

하지만 바비에게 성공은 더 이상 인생에서의 1순위가 아닙니다.



일요일에도 현장에 출근해 일하는 처형에게 좋은 소식과 자신의 뜻을 말하는 바비.

"이젠 일요일도 일하세요? 집에 전화하니 매 주말마다 여기 계신다고 하더군요."

"절 쓰시는 것 때문에 이 공사로 손해보고 계신겁니까?"

"자네 때문이 아냐. 어떨땐 많이 벌고, 어떨땐 손해도 봐. 모든 것은 끝나봐야 아는게지."

"..제가 일하던 곳에 계시던 분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일자리를 주신데요."

"정말? 봉급도 괜찮고?"

"8만불이요. 제가 퇴직 전에 받던 돈의 절반입니다."

"그래? 그럼 별로 안 좋은 직장이구먼.."

"전.. 그래서 형님과 계속 일하고 싶어요. 제가 일하던 곳은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했어요."

"끝없이 제출해야하는 보고서들과 계속 치고 올라오는 젊은 사람들.. 누가 승진하고 승진못하는지.."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해줄까."

"네."

"그 직장으로 가. 넌 목수로서는 실격이야."


끝까지 까칠까칠한 처형의 말에 웃음이 터지는 바비.ㅋㅋ

이젠 겉과 다른 처형의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읽을 수 있기에 웃을 수 있습니다.



마침 자재를 가지고 올라온 흑형과 함께 취업프로그램에서 외쳤던 구호를 외치며 보여주는,

해고와 함께 잃었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완연히 위기를 극복해낸 모습.

바비를 바라보는 처형의 표정은 그리 좋진 않네요.ㅋㅋㅋ




- EPILOGUE -



새로운 직장. GTX에서 정리해고당한 직원들 위주로 직원을 뽑았나봅니다.

"자, 그간 집에서 하루종일 TV쇼를 보는데 지치셨죠? 이제 일할 시간입니다."

"시설들에 대해 불평하지 맙시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최상의 상품을 소개하십시오."

"다이엔씨, 미래의 회사에 필요한 서류들의 목록을 만들어주세요."

"코널씨, 노조 사람들이 올겁니다. 정비공, 기계운전자, 용접공, 기술자.."

"교대근무에 신경써서 이야기 진행해주세요."

"우리가 직장을 새로 구하려고 노력했을 때와 같은 자세로 일한다면 모든게 다 잘 풀릴겁니다."


큰 건물, 좋은 시설, 높은 연봉, 밝은 미래 등 무엇 하나 약속된 것 없는 직장에서 바비는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즈니스맨 바비가 해고 이후의 방황을 겪고 다시 실직 전의 생활로 돌아가는데 성공한 것으로만 보입니다.

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내리는 지시에서 실직 직후까지 업신여겼던 노동자들의 처우에 신경쓰라고 지시한 대목만 봐도

이전의 바비와는 인생의 우선순위나 구성원에 대한 배려 등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30대를 오롯이 바친 회사에서 칼같이 해고당하는 큰 난관을 겪었지만, 바비는 이를 극복하며 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인생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 전체가 부정당할 정도의 시련이 닥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시련을 극복하는지의 결과론적인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극복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는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사실 초반 회사에서 수천명이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인원 중 바비와 필, 진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바비의 이야기가 메인이라 주로 적어봤네요. (사실 나머지 두 사람은 임원급이라.. 필의 경우는 배드 엔딩이지만;)

거의 기대하지 않고 봤지만.. 주말을 꽉꽉 채워준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의 드라마입니다. 벤 에플렉이란 배우를 다시 보게 되기도 했구요.

(원래 영화배우 이름을 잘 못외우는 스타일이라 -_-; 어디서 많이 봤다 싶더니 아르고데어데빌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네요;)


여기까지 죽 읽으셨다면 줄거리를 모두 스포일링 당하셨겠지만 ㄱ - 심심한 주말, 따뜻한 느낌의 영화를 원하신다면 강추합니다.




끝! : )